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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 '하루 24시간' 받던 사지마비 장애인, 만 65세 됐다고 '하루 4시간'으로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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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35회 작성일 19-08-14 13:17 SNS 공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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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eminor.com/detail.php?number=13718&thread=04r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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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송용헌 씨. 만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강제 전환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지난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송파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사진 강혜민


-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받던 장애인, 만 65세 됐다고 ‘하루 4시간’으로 삭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송용헌 씨(만 64세)는 지난 7월 29일, 청천벽력같은 연락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으로부터 ‘곧 만 65세가 되어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노인요양)으로 전환될 예정이니, 노인요양 접수를 하라’는 연락이었다. 1954년 8월 10일생인 송 씨는 오는 8월 10일이면 만 65세가 된다.

 

1998년(만43세), 교통사고로 경추손상을 입은 송 씨는 목 아래가 사지마비인 중증장애인이다. 현재 그는 복지부, 서울시, 송파구 지원으로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노인요양으로 넘어가면 하루 서비스 시간이 4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송 씨에게는 꼼짝없이 죽으라는 소리였다.

 

송 씨는 “한 달 전에 서면과 전화로 알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서면 통지도 받지 못했다”면서 “건보공단 측이 노인요양 신청 안 하면 이후 노인요양도 못 받고, 활동지원도 못 받는다고 해서 당일 바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틀 후인 7월 31일, 건보공단 직원들이 현장심사를 나왔다. 건보공단에서 하는 질문은 활동지원 인정조사를 받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밥은 먹을 수 있느냐, 옷은 갈아입을 수 있느냐 등 대부분 신체 기능에 관한 질문이었다. 다만, 송 씨의 답이 달랐을 뿐이다. 활동지원심사 때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받기 위해 ‘다 못 한다’고 답했던 반면, 노인요양 심사에서는 ‘다 할 수 있다’고 답해야 했다. 노인요양 등급이 나와버리면 다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등급 외 판정’을 받아야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다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송 씨의 대답에도 건보공단 직원들은 사지마비인 송 씨의 상태를 보더니 ‘노인요양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다음날, 송 씨는 홀로 건보공단에 항의 방문을 갔다. 그는 “점심도 안 먹고 두 시간 동안 사무실에 드러누웠다.” 그의 항의에 건보공단은 8월 6일 재심사를 나왔다. 하지만 내용은 똑같았다. 대상자 기준에 따르면 송 씨는 노인요양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 씨는 재차 항의했지만 ‘자기네들 선에선 아무런 방법이 없다, 복지부에 연락해보라’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 건강보험공단도, 국민연금공단도 ‘어쩔 수 없다, 복지부에 가봐라’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활동지원서비스는 만 64세까지만 받을 수 있다. 만 65세 이후에는 노인요양으로 전환되며, ‘노인요양보험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등급 외’를 받을 때만 다시 활동지원 수급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 전환이 당사자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무엇보다 장애인 활동지원과 노인요양의 서비스 시간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이다.

 

두 제도의 목적도 다르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여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7년 복지부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시행된 활동지원서비스 덕분에 시설이나 집에만 갇혀있던 중증장애인들은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노인요양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치매·뇌혈관성질환) 등을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 및 가사활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회활동 지원보다는 간병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노인요양은 하루 받을 수 있는 최대 시간이 4시간밖에 안 된다. 이 시간으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으면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송 씨는 시설이 갑갑해서 나온, 탈시설한 장애인이다.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 2002년 8월, 가평 꽃동네에 입소한 송 씨는 시설에서 8년 살다가 2010년 10월에 탈시설했다. 시설에서 나온 후, 현재 송 씨는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받는 활동지원서비스는 그가 만 65세가 되는 다음 달인 9월 30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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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송용헌 씨(가장 왼쪽)와 장애인 활동가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면담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생사가 달린 문제에 송 씨는 7일 오후 2시경, 자신이 활동하는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김준우 소장 등 장애인 활동가들과 노인요양보험을 담당하는 건보공단,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담당하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방문했다. 기자는 그의 방문에 동행했다. 

 

그러나 건보공단과의 1시간 면담에서 재차 확인한 것은 ‘송 씨는 노인요양보험 등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법이 이상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현행법이 이러하니 공단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건보공단 측은 “일상생활 도움이 필요하면 등급이 나와야 하는 게 맞으며, ‘일상생활이 홀로 가능한 사람만이 등급 외’가 나온다. (사지마비 장애인인 송 씨가) 등급 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준우 소장이 “노인요양에서 ‘등급 외’가 나오면 활동지원도 등급 외가 나오겠네요?”라고 묻자, 건보공단 측은 “그렇죠. 이게 말이 안 맞는다고 볼 수 있죠.”라면서 법의 모순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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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과의 면담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송용헌 씨. 사진 강혜민

 

면담을 마친 이들은 장애심사센터가 있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측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공단은 “우리에게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이 제도의 핵심은 복지부다.”라며 복지부에 민원 제기할 것을 권했다.

 

- “장애인은 65세까지만 살라고요?” 묻자 복지부는 “네” 

 

그러나 송 씨가 복지부에 연락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당일 오전 11시경, 송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에 전화했다. 아래는 송 씨와 김은호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사무관과의 통화 녹취 일부다.

 

송용헌(아래 송) : 건강보험공단에선 자기네들은 어떻게 할 수 없고, 복지부에 하라고 하는데 복지부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면 저희 장애인들은 65세 되면 그냥, 65세까지만 살라는 얘기인가요?

 

복지부(아래 복) : 예, 그렇습니다.

 

송 : 그다음에 죽으라구요?

 

복 : 65세 되면 장기요양보험을 받는 것이죠.

 

송 : 하루 4시간 받아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복 :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어요.

 

송 : 거기서도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으면 중증장애인들은 65세되면 다 죽으라는 얘기 아니에요. 그죠?

 

복 : 저는 그런 이야기한 적 없구요, 거기에 대답 드릴 말씀 없어요.

 

송 : 아니, 혼자 살면, 아니 법은 복지부에서 만들어서 그렇게 했다면서요. 말이 안 되잖아요.

 

복 :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송 : 드릴 말이 없다니 얘기가 안 되잖아요. 

 

복 : 제가 지금 회의가 있어서 회의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답변을 드리기가, 네, 들어가십시오. (끊음)

 

전화는 5분 만에 일방적으로 끊겼다. 송 씨는 장애인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장애인정책과에도 전화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중증장애인인데 활동지원을 계속 받을 방법 없느냐, 하루 4시간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거듭된 송 씨의 호소에 담당 사무관은 “활동지원법을 담당하는 장애인서비스과에 전화하라”며 전화를 돌렸다. 장애인서비스과는 방금 전 통화하다가 끊긴 곳이었다. 복지부의 태도에 송 씨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하루 4시간 받으면 여기서 살 수 없어요. 시설 들어가라는 거잖아요. 내가 시설 생활 안 해봤으면 몰라도 시설에서 8년을 살았어요. 거기를 뭣도 모르고 또 들어가요? 아무리 좋은 시설도 시설은 시설이에요.” 

 

- ‘연령 제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예산 연간 65억 원, 활동지원 예산의 1%도 안 돼

 

장애계에서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8년 9월에는 장애인 당사자 109명이 이는 명백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 진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16년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복지부에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 특성과 환경 등에 따라 노인요양과 활동지원 중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복지부는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활동지원급여로 수급자가 편중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재정 확보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유사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는 65세 이상의 장애노인과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노인 간 서비스 급여량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활동지원 예산에 비춰봤을 때, 그렇게 큰 예산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담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총 3개(김명연 의원, 정춘숙 의원, 윤소하 의원) 올라가 있다. 지난 2월 25일, 김명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제출한 비용추계서를 보면, 향후 5년간(2020년~24년) 총 326억 3700만 원(연평균 65억 2700만 원, 국비와 지방비 포함)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대상자 수는 최근 3년간(2015~17년) 노인요양급여로 변경된 수급자 802명의 평균값인 267명을 기준으로 했다. 연평균 65억 2700만 원은 올해 활동지원예산 1조 34억 원의 0.65%에 불과한 수준이다. 내년 4월이면 20대 국회가 끝나기에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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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김명연 의원이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담은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연평균 65억 2700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됐다.

 

송용헌 씨 또한 어떻게든 올해까지는 버텨볼 예정이다.

 

“올해까지는 싸울 거예요. 내가 모아놓은 돈 가지고 활동지원 받아 가면서 올해까지는 싸울 거예요. 여기(공단) 와서 죽던가, 단식하고 누워있는 수밖에 없죠. 싸우다 싸우다 도저히 안 되면… 안 되면 시설 가야지. 진짜 안 되면 시설 가야죠. 그냥 죽죠, 제가.”

 

7일 오후 5시, 인터뷰를 마친 송 씨는 ‘노인요양으로 넘어가면 이후 법이 개정되어도 다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말에 건강보험공단으로 노인요양 접수를 취소하러 갔다. 그렇게 송 씨는 안내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송 씨는 이날 국민연금공단에 가기 전까지도 자신의 활동지원서비스가 만 65세가 되는 8월 30일까지만 유지되는 줄 알았다. 다음 달인 9월 30일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송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몇 번이나 “다행이다”라는 말을 읊조렸다.

 

9월 30일까지 이제 53일 남았다(9일 기준). 송 씨의 삶이 카운트다운되고 있다. 송 씨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살 수 있는 이 자유로운 일상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