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장애인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
부산시가 다인승 두리발(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한정된 노선 내 ‘전용 버스’처럼 시범 운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인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방식의 특별교통수단 운행은 보편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장애인 이동권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25인승 저상버스를 개조하여 9월 초부터 휠체어 5대가 한꺼번에 탑승할 수 있는 ‘다인승 두리발’을 영도구 내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노선은 영도 장애인복지관~영도구 동삼동 영구임대아파트~영도구청~해동병원을 경유한다. 운행시간은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하루
왕복 7회가량이다. 요금은 천원이며, 장애인 이용자는 사전에 탑승 위치와 시간대, 목적지 등을 예약해야만 한다.
부산시가 이러한 시범사업 계획을 한 이유는 현재 특별교통수단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산시 내에 현재 운행되는 두리발은
총 117대다. 이는 부산시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인 109대를 넘는 수치다. 그러나 부산시 장애인들은 두리발을 이용하기 위해 여전히 기본
1~2시간을 대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부산시는 예산상의 이유로 내년도 증차 계획도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올해 특별교통수단 23대를
바꿔야 했으나 바꾸지 못했다. 내년 대폐차 차량 30대까지 합하면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 운행 중인 특별교통수단 절반에
달하는 53대가 내구연한이 다되어 대폐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절대량을 늘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장애인 밀집 거주지역으로 노선화 할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택했다. 부산시 담당자는 “영도는 외지다
보니 두리발 차량을 빠르게 배차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다른 지역의 경우, 출발지는 정해져 있으나 목적지가 흩어져 있는 방사형으로
패턴화하기 어렵다”고 영도구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은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로 넉 달에 걸쳐 총 1억3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부산시는 시범사업으로 1대를 운영한 뒤
반응이 좋으면 3대까지 늘려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버스 형태의 다인승 두리발도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에 포함된다.
이에 장애계는 효율성만을 따져 특별교통수단의 기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별교통수단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보편적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차량을 의미한다. 즉, 장애인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것이 이동권의 기본적 취지인데, 이러한 노선화는 그 의도에 반한다는 것이다. 노선이 정해질 경우, 당사자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차량 일정에 자신의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다. 또한, 노선 외의 타 지역으로의 이동도 불가능해진다.
노경수 부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은 구청에만 가고 병원에만 가는 사람인가”라면서 “(특정 지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역에 있는 이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총연합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장애인 인구 밀도와 장애인 이용기관이 높은 곳이 영도뿐인가”라면서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두리발 예산을 특정 지역에 한정하여 운영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박희영 총연합회 사무국 팀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수요에 대한 데이터 근거 제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며 시범사업 선정 과정에서 장애계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